며칠 전 뉴스에서 본 헤드라인 하나가 머리에 오래도록 남았다. 바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썼다는 내용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했다는 소식이다. 사실 이 주제는 언더스탠드 피의자 관련 글을 쓰면서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정치 이슈를 넘어 ‘피의자의 심리’라는 프레임으로 볼 때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계엄 당시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직접 작성했으며, 이것이 증거로 제출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 뉴스를 읽으면서 문득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선택이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지 않나. 특히 권력의 중심에 있던 사람일수록 더 강하게 그런 심리가 작동할 것 같다.
언더스탠드 피의자 관련 연구자료를 뒤지다 보면, 피의자들이 보이는 대표적인 방어 기제 중 하나가 ‘합리화’라고 한다. 자신의 범행이나 잘못을 사회적 상황이나 타인의 탓으로 돌리거나, 더 높은 가치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윤 전 대통령의 경우도 ‘국가 안보’나 ‘질서 유지’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계엄을 정당화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정치적 입장에 따라 해석이 갈리겠지만, 적어도 심리학적 관점에서는 매우 전형적인 패턴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더 흥미로운 점은, 인간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지적 노력을 기울이는가 하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 부조화’ 이론을 떠올리면, 자신의 행동과 신념이 일치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큰 불편함을 느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신념을 바꾸거나 행동을 합리화한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쓰는 과정도 이런 인지 부조화를 줄이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권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인지 부조화를 경험할 때 기존 신념을 더 강하게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는 그들이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기보다 외부 요인을 탓하는 방어 기제를 더 자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보면서 나는 지난주에 읽었던 한 책의 구절이 떠올랐다. ‘우리는 자신이 옳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그 믿음이 흔들릴 때, 우리는 오히려 더 강하게 그것을 방어한다.’ 이 말이 이번 상황을 잘 설명해주는 것 같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수사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특검 출석 후에도 비슷한 메시지를 SNS에 올렸다는 후문이다. 예를 들어, 그는 계엄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강조하며 자신의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반복해서 주장했다고 한다.
물론 나는 정치적 중립을 지향하는 블로거이고 싶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특정 정치 세력을 비판하거나 지지하기보다는, 인간의 심리라는 보편적인 렌즈로 바라보고자 한다. 사실 피의자 심리라는 주제는 정치와 무관하게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니까. 예를 들어, 연인과의 다툼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 탓을 하는 것도 같은 심리적 메커니즘에서 비롯된다. 내 친구 중에도 이혼 과정에서 모든 잘못을 배우자에게 돌리며 자신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외도를 ‘부부 관계의 부재’ 탓으로 합리화했는데, 이 역시 비슷한 패턴이다.
또 하나 생각나는 점은, 권력과 심리의 관계다. 많은 심리학 실험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신의 행동에 대한 도덕적 기준이 낮아지고, 타인의 고통에 덜 민감해진다는 결과가 있다. 스탠퍼드 감옥 실험이나 밀그램의 복종 실험이 그 대표적인 예다. 윤 전 대통령의 사례도 이런 권력의 심리학적 효과를 떠올리게 한다.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 ‘계엄’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과정은 심리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권력은 공감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그가 국민의 고통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언더스탠드 피의자 프로파일링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권력형 범죄자일수록 자신의 범행을 ‘애국’이나 ‘공익’ 같은 거대한 명분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단순히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자기 합리화는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도 속이게 만든다. 실제로 한 심리학자는 ‘자기기만(self-deception)’이라는 개념을 통해, 범죄자들이 자신의 행동을 진정으로 옳다고 믿는 과정을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모든 피의자가 동일한 심리 패턴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반성과 후회를 표현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완전히 침묵하거나 부인한다. 윤 전 대통령의 경우는 전형적인 ‘정당화’ 유형에 가까워 보인다. 그의 메시지를 분석한 언론 보도를 보면, 그는 자신의 결정이 역사적으로 옳았다고 확신하는 듯한 어조를 유지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그는 계엄이 국가적 위기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의 행동을 ‘애국적 결단’으로 규정했다.
이런 심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단순히 ‘나쁜 사람’이라고 낙인찍기보다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사회적 갈등을 더 깊이 이해하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권력자의 심리를 이해하면, 그들이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기 전에 객관적인 조언을 구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나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정치적 이슈로만 소비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권력의 심리, 인간의 합리화 경향, 그리고 진정한 반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피의자 심리에 대한 이해는 결국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길이니까. 또한, 우리 모두가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반성과 성찰의 중요성을 깨닫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참고로 이 글은 개인적인 견해이며, 특정 정치 세력을 지지하거나 비판할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